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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고(苦)와 낙(樂)의 원인

인생은 고해(苦海)다. '고통'이라고 하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나, 전쟁, 기아 같은 심각한 것들을 주로 떠 올리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고통은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에 더 가깝다.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게 하는 것은 세계평화나 남북통일 같은 거창한 것 보다는 동료와의 언쟁이나 말실수 같은 사소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행복도 일확천금이나 대학 입학, 사업성공 보다는 '마음이 요란하지 않고 편안한 상태'가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에 가깝다.   종교 생활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고를 피하고 낙을 누리자는 것'이 아닐까. 어떤 분은 종교의 목적을 행복에 국한 시켜서는 안 된다고 하시며, 세계평화나 깨달음 같은 좀 더 '폼 나는 것'(?) 이어야 한다고 항변한다.     부처님께서 일생동안 하신 팔만사천법문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고통, 다른 하나는 고통의 소멸. 필자가 출가한 이유도, 나름 게으름 피우지 않고 교무생활을 하는 것도 결국은 행복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행복 없이는 세계평화와 깨달음도 있을 수 없고, 참다운 행복은 세계평화와 깨달음까지를 포함한다.   육신의 병에는 원인이 있고, 원인이 있으면 해결법이 있듯이 마음의 병인 괴로움에도 원인이 있고 해결책이 존재할 것이다. 오늘은 낙을 버리고 고로 들어가는 원인 중 '고락의 근원을 알지 못함'에 대해 생각해 보자.   무식이 죄일까. 다소 불편할 수는 있겠으나, 굳이 죄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불가에서는 어떨까. 무식은 죄 맞다. 물론 '지식의 양이나 학력'을 의미하는 사회의 무식과 '분별주착에 의한 어리석음'을 뜻하는 불가의 무식은 차이가 있겠지만, 불가에서 무식(어리석음)은 죄가 맞다.   모르는 것이 왜 죄가 될까. 괴로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새로 사온 전자레인지안에, 뚜껑이 닫힌 박카스를 넣고 돌리는 바람에 병이 폭발하는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사용설명서를 숙지하지 않은 탓이다. 중학교 수학시험 시간에 공식이 기억 안 나서 3분이면 풀 문제를 모든 경우의 수를 일일이 대입해서 20분 만에 푼 적도 있다. 머리가 나쁘면(진리를 모르면) 육체적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인간사는 진리에 따라 움직인다. 진리를 모르고 인간의 시비이해를 판단하고 행동하면, 사용법을 모르고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전자레인지는 깨지면 청소하고 다시 구입하면 그만이지만, 잘못된 판단과 행동은 영생을 그르칠 수 있다.   사회에서도 '몰랐다'는 것은 양형에 참고가 될 수는 있으나 불법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몰라서 했다 하더라도 과속으로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고, 마약 유통으로 사회를 병들게 했다면 죄를 묻는 것이 상식이다.     부처님께서도 자연과 부모님, 이웃과 법률의 은혜를 알지 못하는 것이 큰 배은(背恩)이라고 하셨다. 모르는 것(어리석음)은 죄라는 말이다. 부지런히 공부하자. 진리공부, 마음공부 말이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원인 진리공부 마음공부 중학교 수학시험 종교 생활

2023-10-09

[삶의 향기] 상종하기 싫은 사람이 있을 때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상종하기 싫은 사람이 생긴다. 매너 또는 상식이 없어서, 이기적이어서, 지적 수준이 안 맞아서, 심지어 '주는 거 없이 미워서' 까지. 특히 정치적 견해나 종교적 입장이 다르면 원수가 따로 없다.   가장 손쉬운 해법은 상대를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근거지나 직장을 옮기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돌아이 질량보존의 법칙'이라 했던가. 어느 곳으로 옮기던 '돌아이'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특성이 있다. 특성이라는 것은 본인이 알고 있는 법이라든지, 오랫동안 견문에 익은 것이라든지, 또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별한 습성 등을 이른다. 서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정한 사이에도 충돌이 생기기 쉽고 심하면 미운 마음까지도 나게 된다. 외도들이 부처님의 흉을 팔만사천 가지로 보았지만 사실은 부처님에게 잘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지견과 익힌 바가 서로 달라서이다. 보기 싫은 사람이 생기면 먼저 사람마다 특성이 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입니다.'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럼. '틀린 것'은 없을까. 불교의 핵심을 '제악막작 중선봉행(諸惡莫作 衆善奉行ㆍ악을 그치고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도 하고, 계율 수행은 결국 정의를 취하고 불의를 버리는 일이다. 궁극적 의미에서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구분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의 분별주착으로 인해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한국 남편과 일본 부인이 이순신 장군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중 누가 더 훌륭한가에 대한 토론을 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명나라와 조선을 복속시키려 했다는 이유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역사적 위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정복군주인 광개토대왕은 한민족의 영웅으로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틀렸다고 비난할 때, '내 생각이 틀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살다보면 '나를 괴롭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군대 선임이 그랬다. 누가 나를 미워하거든 먼저 그 원인을 생각해서 미움 받을 만한 일이 나에게 있었거든 고치기에 힘쓰고, 그러한 일이 없거든 전세의 밀린 업으로 알고 안심하고 받으면 된다. 게다가 누군가 나를 미워할 때에 나의 마음이 잠시라도 좋지 못한 것을 미루어 나는 누구에게든지 미움을 주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하게 되면,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곧 나의 마음 쓰는 법을 가르치는 선생이라는 생각도 못할 이유가 없다.   종교생활이나 진리공부, 마음공부를 오래 해 왔다면, "원수를 사랑하라" "모두가 부처님"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면, 먼저 각자가 다른 특성이 있음을 이해하고, 나의 견해와 판단이 얼마든지 틀릴 수도 있고, 미운 사람이 나의 마음공부 스승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상종하기 싫은 사람을 대할 때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상종 진리공부 마음공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돌아이 질량보존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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